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1969년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온 김준태 시인의 육필 시집.
표제시 <형제>를 비롯한 50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김준태
1948년 전남 해남 출생. 1969년 월간 ≪시인≫지로 나와 시집 ≪참깨를 털면서≫,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국밥과 희망≫, ≪불이냐 꽃이냐≫, ≪넋통일≫, ≪오월에서 통일로≫(판화시집), ≪아아 광주여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칼과 흙≫, ≪통일을 꿈꾸는 슬픈 색주가(色酒家)≫, ≪꽃이, 이제 지상과 하늘을≫, ≪지평선에 서서≫ 등을 내놓았으며 1995년 문예중앙에 중편소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를 선보인 이후 100여 편의 액자소설을 발표했다. 문학평론집 ≪5월과 문학≫, ≪시인은 독수리처럼≫, 문명비평집 ≪21세기말과 지역문화≫, 에세이집 ≪인간의 길을 묻고 싶다≫, 한국·세계명시해설집 ≪사랑의 확인/사랑의 변주≫(상·하권)를 출간하고 역서로 베트남전쟁소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팀 오브라이언 지음)을 펴냈으며 <오페라 無等, 둥둥>, <오페라 장화왕후>, <판소리 와룡선생전> 등 수 편의 대본을 썼다. 세계문학기행집 ≪슬픈 시인의 여행≫과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남과 북·해외동포시인들의 통일시에 해설을 붙인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와 옛 소련 지역 한민족구전가요집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기획·감수), ≪알암 명노근 평전≫ 등을
펴냈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에 차출됐으며 80년대 중반부터 유럽·미국·중국·베트남·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일대, 북녘땅 평양·백두산·금강산으로 여행 및 문학 강연을 다녔다. 13년간 고등학교 영어·독일어 교사, 11년간 광주 지역 신문사 편집국데스크(문화부장, 경제부장, 부국장)를 거쳐 PBC 광주평화방송에서 시사자키로 일했다. 5·18광주항쟁동지회장과 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을 지낸 뒤 작은학교 ‘금남로 리케이온(Gumnamro-Lykeion)’을 마련, 저술 활동을 펴고 있다. 광주대를 거쳐 현재 조선대학 초빙교수로 재직, 5·18기념재단 이사장으로 봉직 중이다. 2011년 겨울, 자선 육필시집 ≪형제≫를 펴낸 데 이어 액자소설집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와 새 시집 ≪60년 聖事≫ 등을 출간할 예정이다.
차례
자서(自序)
제1부
길
향기
아름다운 전설(傳說)
형제(兄弟)
정월단심(正月丹心)
서산대사(西山大師)
고구려
아바이 시인(詩人)
원자폭탄
America
제2부
감꽃
참깨를 털면서
호남선
머슴
산중가(山中歌)
카스트라트
반달
북한 여자(北韓女子)
베트남 추억
오늘, 옛사랑을 위하여
제3부
콩알 하나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종달새와 손수건도 사람
달이 뜨면 그대가 그리웠다
어머니
달
넋두리
초가(草家)
아아 광주(光州)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Gwangju, Cross of our nation)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제4부
악어는 입술이 없습니다
너
금남로 사랑
국밥과 희망
지리산(智異山)
노래
목숨
예수
아무나 보듬고 싶다
가을에서 겨울까지
제5부
밭시(詩) 그리고 칼과 흙
불이냐 꽃이냐
라면을 먹기 전에 쓴 시(詩)
검(劍)·1
백두산(白頭山)·3
정주영 할아버지
노래 금강산
정지상(鄭知常) 풍으로
백두, 장군봉에 올라
팔남잽이
시인 연보
책속으로
형제(兄弟)
초등학교 1, 2학년 애들이려나
광주시 연제동 연꽃마을 목욕탕-
키가 큰 여덟 살쯤의 형이란 녀석이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여섯 살쯤 아우를
때밀이용 베드 위에 벌러덩 눕혀 놓고서
엉덩이, 어깨, 발바닥, 배, 사타구니 구석까지
손을 넣어 마치 그의 어미처럼 닦아 주고 있었다
불알 두 쪽도 예쁘게 반짝반짝 닦아 주는 것이었다
그게 보기에도 영 좋아 오래도록 바라보던 나는
“형제여! 늙어 죽는 날까지 서로 그렇게 살아라!”
중얼거려 주다가 갑자기 눈물방울을 떨구고 말았다.